솔직한 글을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휘리릭 하고 써버리고 싶은데, 글을 쓰기로 다짐만 일주일, 원래 쓰려고 했던 에세이의 형식이 아닌 사진만 가득한 정보성 글만 몇 개 끄적이다가 벌써 보름이 흘러버렸네요. 애초에 에세이 형식의 글을 꼭 쓰고 싶어서 제주도에 오기로 결심한 이유도 큰데, 몸은 행동하지 않고 막상 쓰다 보면 나의 솔직함 감정은 결국 또 안드로메다 저편에... 느낀 점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문장 문장이 이어지는 글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가? 주변 친구들이 가끔 저를 리액션 로봇이라고 놀리는데,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를 생각해서 자세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보이거나 느껴지는 '좋음'과 '별로임' 혹은 '싫음'을 바로바로 표현하는 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이죠. 저는 그런 스타일인 가봐요 ^^; 이제는 인정하려고 합니다.
술술 읽히는 잘써진 글을 읽고있으면, '아, 어쩜 이렇게 재밌고 멋진 표현으로 상황을 묘사할까.' 부러운 마음에 괜히 더 글쓰기가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생계유지비라도 조금 굳혀보자 하는 마음에 시작한 SNS 체험단 활동으로, 좋은 곳에 가고, 맛 좋은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서 여행을 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가끔 이 모든 상황이 꿈같이 좋으면서도, 너무 휘몰아치는 새로운 경험들에 정신을 못 차릴 때도 있답니다. 다행히 나의 룸메이트이자, 어딜 가나 늘 같이 동행하는 친구가 스케줄 관리를 참 잘하는 꼼꼼하고 부지런한 성격이라서 미안한 마음도 잊은 채 살짝 환승하고 있어요. 늘 고마워...! :) 표현 못하는 나지만, 고맙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로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 앞으로는 좀 더 표현에 과감해지는 언니가 되도록 할게!
제주도에 와서 은인이 생겼다고 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주는 친구가 또 한명 생겼어요. 함께 제주살이를 시작한 친구의 오랜 베스트 프렌드이자, 올해부터 제주도에 먼저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제주살이 선배, 그리고 뒷수습 담당 느낌의 조력자 같은 존재입니다(나보다 어리지만 거의 친오빠같이 의지하고 있다는 점은 안 비밀)
성별도, 라이프스타일도 다른 우리를 속깊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내가 쭈뼛쭈뼛하고 있을 때, 눈치 빠르게 먼저 제안해주는 센스가 좋은 친구입니다. 저는 원래 사람을 사귈 때 오랜 시간 천천히 가까워지는 성격이지만, 친구 찬스로 새로운 사람을 내 친구로 쓱 흡수해 버렸네요. 이래서 좋은 친구를 두는 것이 재산인 것 같아요. 좋은 사람 주변에는 또 좋은 사람이 많으니까요...! 물론,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주관적이긴 하지만요.
그럼, 제주도에서 느낀점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겠다는 또 다른 목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글... 쎄... 요..
일단, 그리고 싶은 것이 많이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겠죠? 살고 있는 도심에서 차로 몇 분만 벗어나면 초록 초록한 오름과 밭, 야자수 풍경, 그리고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바다를 볼 수 있어요. 분명히 집을 벗어나서 어딘가를 간다는 컨셉은 이전과 똑같은데, 내가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너무 다양해지고, 접근성도 훨씬 높아졌다는 점이 제주도에 보름째 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부분입니다. 제주도에 계속 지내다 보면 익숙해지겠죠? 늘 아파트가 빼곡한 도시에서만 살았던, 도시 도시한 제가 푸른 자연을 곁에 두고, 자연 자연하게 변화되는 느낌이 좋아요. 자연친화적이 되면서, 좀 더 갖추는 것에 대해서 후리 해지는 느낌이랄까.
자연을 보면서 그 멋을 알게 되고, 보면 볼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처럼 저도 보기에 세련되고 멋있는 그림만 그리려고 스스로를 너무 닦달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빈틈이 많은 그림을 그리려고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유롭게 선을 슥슥 그어보려고 합니다.
'누나 좀 막살아봐요.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며칠 전, 친구가 타로를 봐주면서 은근슬쩍 던진 말이, 머릿속에 딱 꽂혀버렸네요. 비춰지는 이미지는 누구보다 하고 싶은 대로 행동부터 하고 보는 일명 '욜로족'일지언정, 내가 진짜 한 번이라도 생각 없이 막살았던 적이 있었나? 24시간을 계획해서 생산성에 목표를 두고 생활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지만, 나 나름의 가치 창출을 위해서 새로운 것을 늘 도전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심지어는, 게을러서 몸은 누워있는데도 머릿속으로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을 정도로 뭔가를 하면서 발전해야 한다는 강박이 컸던 저입니다. 그런데, '막 산다는 것' 조차 왠지 과제처럼 느껴진다면, 저는 정말 생각을 잠시 접고 막살아도 되는 것 맞죠? ㅎㅎ
여기까지 두서없이 써 내려가 보았던 제주살이 에세이였네요.
앞으로는 매일 한 시간씩, 지금처럼 또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하러 오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더운 여름철, 건강 잘 챙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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