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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제주살이

한라산등반 준비기 1탄 - 어승생악 등반

by 여행수니 2021.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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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살게되면서 마음속에 커져만 가는 꿈이 하나 있어요. 바로 '한라산등반'입니다. 까짓거 뭐 올라가면 되지 않아? 라고 하실수도 있지만, 지구력이 부족하고 조금만 경사가 가팔라지면 저도 모르게 팔다리가 떨리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그야말로 운동부족 등산초짜 입니다. 예전에 아버지와 예쁜 폭포가 보고싶어, 내연산을 간 적이 있어요. 산 안에 있는 '천지연 폭포'는 물이 맑고 폭포가 떨어지는 그 모습이 정말 예쁘거든요. 그날따라 초록초록한 산은 정말 예뻤고, 날씨도 좋아서 잘 올라갈 수 있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딱 한 가지는 아버지와 등산 페이스가 너무 달랐던 점 입니다. 저는 아무리 열심히 쉬지 않고 올라가도 저 앞에서 이미 올라오는 절 기다리고 있는 아부지. 그렇게 점점 멀어지는 간격에 아버지만 쫓다가 결국 따라잡았을  땐 체력이 바닥나고 머리가 어질해서 정상이 코 앞임에도 폭포까지만 발도장을 찍고 결국 정상은 포기하고 하산하게 되었어요. 그때 속이 울렁거리고 금방이라도 토 할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12일동안 산티아고 순례길도 씩씩하게 걸을 정도로, 걷는 건 정말 자신있는 저 인데 등산은 또 다른 이야기네요. 친구말로는 제가 근육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평생 근육운동이라곤 해 본적 없는 저를 봤을때, 그 말도 일리가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등산초짜인 저를 위해서 친구가 한라산등반을 할 수 있도록 연습코스를 몇 개 짜 주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연습 코스 중 제일 난이도 '하'였던 어승생악을 다녀 왔습니다. 어승생악의 '어승생'은 임금이 타는 말 어승마가 태어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위치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일 산164-1

 

 

어승생악은 제주시 남쪽에 있으며, 한라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높은 위치에 있는 높이 1,169m 의 오름입니다. 올라가는 등산로는 저에게 최적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하고 걷기 쉽게 잘 정비되 있었으며, 정상까지는 보통걸음으로도 30분이면 오를 수 있을만큼 난이도 '하' 였습니다. 사실 어승생악을 오르기 전,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코스를 선택했다가 반 정도 올라왔을 때, 무리해서 올라가고 싶지 않아 하산을 했어요. 같이 간 친구는 다 와가는데 조금만 더 힘내보는 건 어떻냐고 저를 설득했지만, 등산하면서 '다 왔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대충 아시죠? 저는 내연산 등산 이후로, 제 체력을 간과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30분 정도 올라왔지만, 미련없이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내려와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가져온 초코바도 하나 먹으면서 에너지를 올리고 나니, 비로소 다시 산을 오를 준비가 되더라구요. 그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오른 어승생악은 정상에 올랐을 때, 구름위에 떠 있는 신선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차로 높은 고지까지 올라와서 등산을 시작했던 터라, 30분만 올라도 이렇게 탁 트인 높은산의 전망을 볼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일제가 만들었던 동굴진지가 보이게 됩니다. 어승생악은 제주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장상에는 2개의 벙커, 3부와 8부 능선에 3개의 동굴진지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전망대 망원경으로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보는데, 손톱보다 작게 보이는 자동차를 산 꼭대기에서 보고있자니 그 물리적 거리가 아득하고 다른 시공간에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네요. 갑자기 저기까지 어떻게 내려가지 하는 막막함이 파도처럼 몰라오면서.. 어승생악을 올라오면서 보았던 처음보는 야생 식물들과 예쁜소리를 내는 새들, 비온 다음날 피톤치드를 내뿜는 숲, 촉촉하게 젖어있던 흙길은 다시 산을 꼭 찾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했어요. 돈 들이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산을 오르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힐링이 된다니, 어렸을 때 방학숙제로 그려내던 자연보호 포스터의 의미를 20년이 흐른 지금 더 알것 같습니다. 

 

산을 내려오면 꼭 해야하는 의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맛있는 음식 먹기죠~ 원래는 등산한 느낌이 낭낭하게 나는 파전, 국수 같은 음식을 먹고싶었지만, 한라산 주변이라 그런지 상업적인 식당가들 없이 깔끔하게 유지되는 분위기 였습니다. 식당은 없었는데, 하산하니 예쁜야생 노루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동화같은 광경이 펼쳐졌네요. 차를 타고 도심으로 돌아온 저와 친구는 작은 로컬식당에서 얼큰한 순두부와 김치찌개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근처 이호테우 해안도로로 가, 차를 세우고 하루의 노을이 지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아직은 한라산을 등반하는 제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지만,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8월 중에는 한라산등반을 할 수 있겠죠? 목표를 갖고 천천히 산과 친해지며 등산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 한라산을 정복하는 그날까지 화이팅!

 

지치지 않고 화이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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