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호호쉼터라는 새로운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했다. 90세 할머니와 50여마라의 유기견이 살고있는 보호소로,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가게 되었다.
토요일 오전 봉사시간(10시-12시)에 맞춰 보호소를 방문했을 때, 할머님은 뵐 수 없었다. 어떻게 연로하신 할머님이 50마리의 댕댕이들과 함께 살아가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가 궁금했던 터라 조금은 아쉬웠지만 다음번에 또 올 생각에 이곳의 댕댕이들과 열심히 놀아주고 오자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호호쉼터는 지난 주 갔던 한림보호소와 달리, 규모는 훨씬 작았고 관리소장님이 따로 계시거나 별도의 안내없이, 그저 봉사자들을 믿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봉사하다 갈 수 있도록 열린공간같은 느낌이었다. 강아지들은 사람을 반기면서도 경계가 꽤 심한 편이었고, 소심하게 꼬리치며 다가오다가도 손등냄새를 맡도록 손을 뻗으면 금새 놀라서 도망가버렸다. 설령 이 아이들이 가진 사연을 안다고해도, 모두 이해하고 헤아려줄 수 없겠지만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던 걸까..
털갈이 시즌이라 몸에 털이 빠진 구멍이 송송난 친구들이 꽤 많이 보였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빗이라도 준비해와서 빗질이라도 한번 해 줄걸 싶은 마음이 들었다. 특히나 사료통에 빠진 털뭉치가 뒤섞여 있는 모습엔 마음이 아팠다. 유기견 봉사를 몰랐던 때는, 본가네 강아지 땡초를 데리고 애견미용을 다니면서 강아지라면 한달에 한번은 미용을 맡기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고, 땡초의 컨디션이나 마음은 헤어리지 않고, '어떻게하면 더 예쁘게 털을 다듬고 미용을 시킬까' 그리고 어떻게 예쁘게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까'와 같은 생각들을 했었는데, 정작 기본적인 케어가 시급한 강아지들을 보니 내가 했던 생각들이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우리개에 대한 사랑만 고집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도움이 필요한 유기견들이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챘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봉사를 시작했더라면 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견사를 치우고 강아지 사료를 채우는 동안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했다.
다행이었던 건, 깨끗히 치워진 보호소를 뛰노는 강아지들은 조금 더 행복해보였고, 처음엔 손길을 피하던 녀석들도 살며시 건네주는 간식을 받아먹을만큼의 경계심은 허물어져 보였던 점.
유기견들에게 우리밖의 세상은 너무 위험하고 험난하다. 이 곳의 친구들이 하루빨리 몸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어 바깥세상에서 행복하게 뛰어놀길, 평생을 함께할 가족들을 만나 사랑받으며 안전하게 살 수 있길 진심으로 빌어본다.
나도 이기심을 내세워 필요이상으로 반려견을 조금 더 예쁘게, 조금더 특별하게 만들려고 했던 행동을 반성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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