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 혼자 산다" 에서 전현무님이 한라산 설산을 등반하는 모습이 방영되어 큰 화제가 있었죠?
그 모습을 보는데, 저도 괜히 뭉클하면서 지난 한라산 등반완주기가 회상되더라구요.
그럼 여자혼자 한라산 등반완주하기 (상판악 입산, 관음사 하산), 제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지금부터 들려 드릴게요~
제가 한라산을 완주했던 시기는 2021년, 9월 23일 이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세 달동안 제주살이를 하면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것이 바로 "한라산 등반하기" 였어요. 처음엔 등산 경험이 거의 없던 터라, 낮은 오름들부터 하나 둘씩 정복을 하며 약 한달간 꾸준히 등산을 연습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1950m 인 한라산을 정복한다는 것이 등린이인 저에게는 무척이나 벅차게 느껴졌어요.
더군다나, 함께 동행할 사람없이 여자혼자 한라산 등반완주를 한다는 것이 쉽지않을거란 생각도 들었구요.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미련이 많이 남을것 같아 덜컥 성판악 입산, 관음사 하산이라는 계획을 짜고 성판악 입산을 인터넷으로 신청했습니다.
혹시나,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정보를 드리자면 제주도청은 2020년 2월1일부터 한라산의 탐방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은 5개의 코스가 있으며, 그 중에서 백록담까지 오를 수 있는 2개의 코스에 한해서(성판악, 관음사 코스) 이 탐방예약제를 적용시키고 있어요. 그 이유는 바로, 제한된 공간에서 탐방객 수가 늘어나게 되면 쓰레기 투기나 주차난 그리고 지반 훼손 등의 문제가 생겨나기 때문에, 우리의 자연유산인 한라산을 오래 보존하고 아끼기 위해 실시된 제도 입니다.
취지가 참 좋죠? 그렇지만, 한라산을 오르기 위해선 또 예약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저도 원하는 날짜에 전부 예약마감이 되어서, 일정을 살짝 바꿔야 했어요. 그러니, 한라산 등반을 계획하시는 분들께서는 미리미리 한라산 탐방예약 사이트에 접속하셔서 원하는 날짜와 코스의 입산예약을 해 주셔야 해요 :)
당시 제주시에 살고있던 저는, 등산 장비도 빌릴 겸, 편하게 한라산까지 픽업 서비스도 받을 겸 해서 탐방객들을 위한 서비스가 잘 되어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너무나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제가 이용했던 제주 그린게스트하우스에선 각종 등산 장비(등산화, 가방, 스틱, 무릎보호대, 보온병, 얼음물, 도시락 등)를 저렴한 가격에 대여할 수 있었고, 한라산까지의 드랍서비스, 하산셔틀까지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시는 사장님께서도 너무 친절하게 등산초보인 저의 눈높이에 맞춰 주의사항들을 잘 설명해 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다음날 오전 6시쯤 40분쯤, 숙소에서 제공되는 김밥을 챙겨서 셔틀버스를 타고 한라산 탐방로 입구로 출발했어요. 버스는 관음사 코스 입구에 먼저 사람들을 내려주고, 제가 예약한 성판악 코스로 향했어요.
생각보다 관음사 코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는데, 두 코스의 차이점을 잠깐 설명드리자면, 관음사는 성판악에 비해 거리가 조금 더 짧은 대신 경사가 훨씬 가파르고 계단이 많아요. 성판악은 조금 더 완만하고 경치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초보자인 저에겐 더 적합한 코스란 생각이 들어서, 입산은 상판악으로 예약을 했어요. 지금생각해도 백번 잘한 일 같단 생각이 들어요. 하산할 때, 관음사 코스의 수 많은 계단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ㅎㅎ 내려갈 땐 모르겠지만, 올라갈때 그 모든 계단을 걸었다면 아마 정상에서 제 체력은 모두 바닥났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예상보다 성판악 코스의 경치가 좋았답니다. 평화로운 숲길 코스도 있고, 무엇보다 나무데크가 잘 깔려있는 구간은 정말 산책하듯이 등산할 수 있었거든요. 푸릇푸릇하고 멋진 나무들도 많고, 비록 마스크를 끼고 있었지만, 맑은 한라산의 공기를 마실 수 있어 굉장히 힐링이었어요. 길도 넓찍해서 크게 붐비는 느낌도 받지 않았구요.
백록담까지 한라산을 오를 때, 제가 느꼈던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첫째, 시간분배 하기
둘째, 체력분배 하기
셋째, 가방은 가볍게 싸되, 물은 넉넉하게 준비하기 입니다.
백록담까지는 위치별 통제시간이 있어요.
1) 진달래밭, 삼각봉대피소에서 13:00 백록담정상 입산통제
2) 백록담 정상에서 14:30까지 하산
유의하시고 꼭 시간안에 움직여 주시면 돼요. 친절하게 안내방송이 나오니 너무 겁먹진 않으셔도 되지만, 시간을 너무 타이트하게 분배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체력상 올라갈 수록 속도가 점점 느려지게 되기 때문이예요.
체력분배도 중요합니다. 첨부터 너무 의욕이 앞서, 힘을빼지 않으독 주의하시기 바래요. 저 같은 경우도 첨에 들떠서 사진찍고, 친구들이랑 카톡하고, 먹고 이것저것 하다가 조금 지쳐버렸거든요 ^^;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팁은 불필요한 물건은 다 빼고, 배낭을 가볍게 만들고 대신 물은 넉넉하게 4통 정도를 준비해 가시기 바랍니다. 전 물 세 통에 얼음물 한통을 준비했는데, 일단 얼음물을 가져간 건 신의 한수였고(9월 임에도 걷다보니 지쳐서 더워지더라구요) 네 통까지 모두 마시지 않고 세통 정도를 마셨지만, 여유분으로 한 통을 더 들고가서 마음이 편했거든요.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참고 해 주세요 :)
그렇게 등산을 시작하고 약 5시간 30분 만에 물이 꽉 찬 백록담을 보는데, 가슴이 웅장해짐을 느꼈어요. 사진으로만 보던 광경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다니.. 물이 찰랑찰랑한 푸른 백록담이 너무 멋졌어요. 아침에 안개가 껴서 혹시나 백록담을 못볼까 어찌나 조마조마했는지 ㅎㅎ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서 먹는 뜨끈한 컵라면의 맛이란. 사실 우연히 인스타에서 본 백록담 정상 라면인증 사진을 보고, 한라산 등반을 결심했다구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ㅎㅎ 백록담은 라면맛집, 그 맛이 생각나 또 찾고 싶네요.
한 시간을 기다려 찍은 백록담비석 인증사진.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지만, 그냥 지나치기도 힘들더라구요.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백록담 이기에. 꼭 인증사진을 남기고 싶었어요. 줄이 정말 길어서, 빨리 찍어야 하니 너무 큰 사진욕심은 금물입니다~ ㅎㅎ
요런 재밌는 사진도 찍어봤어요. 백록담에 삼다수 뿌리기
하산은 관음사 코스로 했는데, 절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날씨까지 퍼펙트!!! 체력이 점점 바닥나서 지치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너무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감상했어요. 그리고, 관음사로 하산하시는 분들은 경사가 꽤 가팔라서 무릎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꼭 무릎보호대를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숙소 사장님이 권하셔서 첨엔 굳이 이런것까지 챙겨야 하나 긴가민가 했지만, 없었으면 정말 큰일날뻔!!!! 무릎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으신 분들이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발목을 접지르거나 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암튼, 준비는 철저하게!!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하산을 완료한 후, 출구 앞에 있는 기계에서 한라산 등정서를 뽑았습니다. 한라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으로 인증을 마치면 이름과 날짜가 찍힌 등정서를 받을 수 있어요. 11시간이 걸려 완주한 한라산이었기에,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등정서였어요.
그날 저녁은 수고한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 치킨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한라산은 정말 계절별로 꼭 가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한국의 사계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매번 가도 새로울 것 같은 느낌?
초보자 분들은 준비없이 무턱대고 가는 것 보단, 차근차근 체력을 쌓고 자신의 레벨에 맞게 일정과 코스를 잘 계획해서 안전하게 등반을 완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
그럼 여기까지, 여자혼자 한라산 등반 완주하기(성판악 입산, 관음사 하산)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제 여행채널 '여행수니'에 업로드 된 한라산 영상도 꼭 참고해 주세요~
모두 안산(안전산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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