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해운대 해변열차 예약없이 타기
부산여행의 서막
5월쯤 솔산이랑 카톡으로 올만에 근황토크를 했다. (심심하면 갑자기 연락하는 편) 요즘 뭐하냐는 질문에 선재랑 야구만 본다는 말에 나도 심심하다며 부산여행을 급 계획하게 되었다. 친구가 야구광이라 첨엔 야구보러 가자는 제안이 발단이 되어서 얼결에 부산으로 목적지가 정해짐.(결론은 비와서 경기취소 ㅠ)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광안리 근처에 곧바로 예약하고 맛집리스트만 대충 지도에 표시해 놓고 떠남. 누가뭐래도 확신의 P 둘의 여행이었다 ㅎㅎ
부산까지 KTX
포항에선 부산까지 직통기차가 없어서 신경주역으로 가서 KTX를 탔다. 토요일 오전 8시47분 기차였는데 아빠가 아침에 역까지 태워주셔서 7시에 일어났다. 2박3일 짐이라 가져갈게 별로 없어서 아침에 대충 백팩에 쌌는데 괜히 뭐 놓고 왔나 찜찜한 기분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솔산이는 아침 일곱시 기차라서 역까지 가는 시간 계산하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새벽 다섯시에 일어났는데. 극기훈련 아니냐며 ㅋㅋㅋ그래도 기차타니까 여행가는 느낌나서 두근두근했다.
부산역 도착
꾸리꾸리한 날씨 속에 아홉시 반쯤 부산역에 도착해서 만났다. 여행하는 2박3일 내내 비예보가 있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는데 다행이 도착 첫날 오전은 비가 안왔다. 본격 여름 휴가 전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붐비진 않았지만 늘 부산역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부산역만 오면 왠지 옛날 사람처럼 인증사진 찍어야 할 거 같아서 솔산이랑 사진 한방씩 찍고 배고파서 국밥 때리러 갔다.
부산역 초량국밥
원래는 부산역 근처에 엄청 유명한 국밥집 가려고 했는데 줄 쫙 서있는 사람들 보고 놀라서 그 옆 국밥집으로 직행했다. 역시 국밥도시라 그런지 어딜가나 국밥집이 많았다. 초량국밥도 육수가 깔끔하니 양도많고 먹을만 하던디. 유명한 집은 뭐가 다른건지 잘 모르겠는 국밥초짜인 나. 전통있는 국밥집 딸래미 솔산이는 알려나ㅎㅎ
부산 3대 돼지국밥집이라는 본전돼지국밥. 나중에 인연이 되면 먹으러 갈게~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2년전에 갔을 땐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고 갔었는데, 이번엔 해변열차를 예약없이 바로 타러 갔다. 키오스크 기계로 쉽게 표를 끊을 수 있었고, 어짜피 지정좌석제가 아니라서 할인 조금 되는거 빼면 일부러 꼭 예매할 필요는 없는듯 하다. 그보다 중요한건 열차를 타는 정거장에서 출발 시간보다 미리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는 것 정도? 특히나 사람들이 많이 타는 미포정거장은 대기실에서 대기하다가 열차가 오면 차례대로 타기 때문에 원하는 자리 선점하려면 좀 여유있게 가서 대기하고 있는게 좋은것 같다.
부산 슬램덩크 포토존 청사포 역
마치 슬램덩크 한장면 같은 풍경이라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청사포 역. 날이 쨍했으면 정말 애니메이션 같은 풍경이 나왔을지도. 흐린 배경도 나름 운치있고 좋았다.
한옥카페 청사포역
청사포역에 내리면 근방에 카페들이 있는데 그 중에 운치있는 한옥카페 청사포역에 갔다. 우리가 도착했을때 손님들이 없어서 자유롭게 둘러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좀 앉아있으니 카페가 손님들로 꽉 찼다.
청사포역 카페에 넘 귀여운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다. 이름은 한복이. 아직 캣초딩 정도되는 듯 했는데 의자에 앉아서 여유부리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만져도 딱히 안 피하고 자유롭게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사람한테도 가고 하는거보니 확실히 사람 손 탄 고양이는 달랐다.
청사포역 팥빙수, 녹차 브라우니
고즈넉한 한옥 분위기에도 잘 맞는 메뉴선정. 옛날 스타일 팥빙수를 주문했는데 팥이 엄청 맛있었다. 브라우니도 꾸덕하니 맛있었고, 날이 습해서 좀 지쳐있었는데 확실히 당충전이 되는듯 했다.
인스타삼매경인 솔산이. 한옥의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참 예뻤던 카페에서 재충전을 하고 나왔다.
나오니까 부슬부슬 비가 오기 시작했고 어디갈까 하다가 눈앞에 보이는 인생네컷에 들러서 급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살짝 출출해져서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청사포 수민이네 조개구이
해변열차를 타고 청사포쪽으로 오면서 매의눈으로 봐뒀던 수민이네 조개구이집으로 갔다.
부슬부슬 비오는 풍경 보면서 먹으려고 일부러 실외자리에 앉았다. 먹잘알 솔산이 추천으로 가리비랑 맥주를 시켰다. 여행은 역시 낮술이 국룰이다.
잘익은 오동통한 가리비를 초장에 찍어서 먹는데 행복감이 밀려왔다.
조개구이 먹으면서 보는 청사포 뷰는 흐려서 더 운치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바로 옆으로 보이는 한 그루인지, 두 그루인지 모를 신기하게 생긴 천연기념물 나무도 구경했다.
광안리 근처 에어비앤비 숙소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헸는데, 깔끔한 오피스텔로 위치도 좋고 트윈베드라서 나름 편리하게 이용했다.
광안리 밀락더마켓
비가와서 뭐하지 고민하다가 마침 숙소 바로 앞에 복합문화공간이 있어서 가봤다. 비가 오니 사람들이 다 실내로 몰려와서 사람이 많나 했는데 알고보니 광안리 수변공원이 최근 탈바꿈해 7월에 오픈한 아주 핫한 신상핫플이었다. 무계획이었던 확신의 P 둘에겐 개꿀 타이밍이었다 ㅎㅎㅎ 밀락더마켓에는 소품샵, 음식점, 와인샵 등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가 있어서 설렁설렁 구경하면서 시간때우기에 딱인 곳이었다. 밤에는 불빛이 들어오는 광안대교를 구경하기도 좋았다.
저녁 먹으러 가기 전에 와인샵에 들러서 솔산이가 추천하는 와인 한 병이랑 감자칩, 마늘맛 크러스트를 사서 숙소에 쟁여뒀다.
홍순덕 전포양곱창
저녁으로는 기대했던 홍순덕 전포양곱창을 먹으러 왔다. 야구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고 김샌 마음을 양곱창으로 달래보기로 했다.
다행히 윤기 좔좔 흐르는 양곱창은 맛이 없을 수 없는 맛. 분명히 크게 배고프지 않았는데 입안으로 술술 들어갔다. 사장님이 친절하셔서 더욱 인상깊었던 곳. 다음번에 부산에 오게되면 여기는 꼭 재방문 할 것 같다.
구수한 시래기 된장국수도 잊지못할 맛. 자극적이지 않고 마지막에 먹기에 부담없이 깔끔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비폭탄이 쏟아져서 엄청 험난했다. 숙소 돌아와서 그것이 알고싶다 보고 드라마 보고 둘 다 피곤해서 토요일밤 여행 첫날임에도 일찍 잤다.
부산여행 2일차
요미우돈교자 해리단길점
어제 택시타고 지나가면서 봐뒀던 해리단길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일식이 땡겨서 요미우돈교자로 왔다.
소고기붓카케우동, 지도리 우동, 유부초밥, 교자까지 시켜서 야무지게 다 먹었다. 내가 먹었던 지도리 우동은 국물이 진하고 담백해서 좋았고 표고버섯의 야들야들한 식감이 개인적으론 맘에 들었다. 지도리는 일본어로 토종닭을 의미한다고 한다.
해리단길 구제샵 올리언스스토어
배터질 듯이 먹고 해리단길 구경좀 하려고 이곳저곳 정처없이 좀 돌아다녀 봤다. 골목 구석구석마다 뭔가 새로운게 튀어나왔는데 우연히 지나가다가 마주친 구제샵도 구경했다. 넓찍한 곳에 물건이 엄청 많았는데 컬렉션도 다양하고 세월흔적이 느껴지는 옷들도 많아서 나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고래서 이뻐 해리단길
자개랑 소라로 만든 수공예 소품들이 가득했던 곳이다. 관광객들이 사면 좋을듯한 기념품들이 한가득 있었다. 예전에 나였으면 벌써 손에 몇개는 쥐었을텐데, 나이가 들면서 이런것들을 좀 덜 사게 되는 편인것 같다. 감성은 점점 사라지고 실용성만 염두에 두는건가... 좋은데 슬프네ㅎㅎㅎ
산리오 러버스 클럽 해리단길
여기는 밥 먹기 전에 건너편에서 보고 가봐야지 했던 곳인데 요즘 유행하는 산리오 친구들이 한가득인 소품샵이다. 핑크랑 연보라 색감이 귀여웠는데 소품들은 정말 학생들이 딱 좋아할 만한 학용품이랑 인형들로 가득했다. 실제로 어린 손님들이 부모님 손잡고 오더라. 딱히 살게 없어서 슥 둘러보고 나왔다.
잠깐 멎었던 비가 걷다보니 다시 오길래 카페로 잠시 피신하기로 했다. 그래도 둘째날은 비가 많이 오는거 아니고 부슬부슬 오는 정도라서 나름 다니기가 좋았다. 날씨도 안 더웠고.
듀플릿해리단길
여기도 해리단길에서 와보고 싶었던 카페다. 뭔가 동남아의 한 골목에 있을 것 같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색감의 카페였다. 참고로 카페 사진은 솔산이가 갤럭시 감성으로 찍은건데 역시 갤럭시는 비오는날이랑 밤사진에 강한듯하다. 색감 뭐냐고요~ 내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색감 흐리멍텅 그 자체였는데 ㅋㅋㅋㅋ
듀플릿 블랙바닐라 & 버터스카치
카페 브랜딩 넘 잘했다면서 칭찬했다. 느낌있는 로고가 새겨진 굿즈들이 괜히 탐나더라. 키오스크로도 구경하고 살 수 있도록 해 놓았음. 지갑이 아주 술술 열리는 마케팅이다. 영수증이벤트 참여하고 오렌지맛 커피 같은거도 시음했다.
동백섬 & 누리마루 APEC
해리단길 둘러보고 카페까지 갔다가 뭐 할거 없나 싶어서 찾아보다가 동백섬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한 25분쯤 걸어서 동백섬까지 왔다. 이번 여행에서도 꽤 부지런히 걸었는데, 결론적으론 먹기 위해서 소화시키고 부지런히 걸었던 것 같다 ㅋㅋㅋ 잠시 비가 그쳐서 그런지 동백섬에 걷는 사람들이랑 산책나온 댕댕이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동백섬 수국
동백섬에 수국이 많이 폈다고 해서 어딜까 궁금했는데 동백섬 해운대 공원에 수국 군락지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계열과 핑크계열 수국들이 나름 한가득 피어있어서 사진찍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제일 열심히 찍으시는 분들이 아주머니들이었다. 다들 카톡 프사로 저장해놓으셨을 것 같은 예감이..ㅎㅎ 예전부터 든 생각이지만 수국 잎이 꼭 깻잎같이 생겼다.
솔산이 친구랑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약 한시간 반정도 남아서..뭐 하지 고민하다가 일단 흐린날의 해운대 해변을 한번 거닐었다. 해운대는 역시 포항 영일대에 비하면 큰 바다 느낌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아쿠아리움이라도 갈까 해서 입구까지 갔다가 입장료가 이만원 이상이라서 그냥 시간때우기엔 비싼 편이란 생각이 들어 그냥 주변을 더 배회하기로.
아모레 부산
해운대 역에서 한 5분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한 아모레 부산. 팝업스토어랑 2층에는 전시가 진행중이어서 1층에서 화장품이랑 아모레 굿즈도 구경하고 2층에서 전시중인 북촌 조향사의집전에서 시향도 하고 작은 향수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었다. 큰 기대없이 간 곳이었는데 의외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나는 1층에서 핸크사고 솔산이는 초록초록한 캔버스가방도 샀다.
해운대 아모레퍼시픽 향수 북촌조향사의집
엘베타고 2층에 내리자마자 분위기가 확 달라져서 놀랐다. 한쪽으로 실험 도구 같은 장비들도 보이고 시향할 수 있도록 각종 향수들이 쫙 진열되어져 있는 재밌는 공간이었다.
Story A
향수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도 하나씩 맡아보다 보면 확실히 개인취향과 호불호를 알 수 있었다. 향수의 세계는 그래도 심오해... 원하는 향을 선택해서 오일 또는 스프레이 타입으로 작은 병에 직접 블렌딩하는 체험을 해 볼 수 있었는데, 가격이 7,000원으로 저렴하고 시간도 5분정도면 만들수 있어서 솔산이랑 오일 타입으로 하나씩 만들었다. 작은 사이즈라서 가져다니기 좋아 지금도 잘 쓰고 있다.
해운대해성막창본점
솔산이 친구랑 만날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약속장소인 해성막창집에 왔다. 원래 스페인클럽이라는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보려고 했는데 날씨가 안 좋아서 뭔가 분위기가 안 났다. 너무 밝기도 했고. 그래서 내가 막창집으로 가자고 급 요청함 ㅋㅋ
곱창전골이랑 곱창이랑 시켜서 맛있게 먹고 맥주도 한잔씩 하면서 처음본 솔산이 친구랑도 재밌게 이야기 했다. 타지에서 고향사람 만나면 역시 반가운건 국룰. 사는 곳, 방식이 모두 달라도 결국 삼십대 중반이 느끼는 각자의 고민거리들은 어느정도 공감대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고민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게 소중하구나 싶다. 그냥 이게 인생이고 살아가는 거지 싶은 마음.
킴스볼링펍
솔산이 친구네 남편분이 감사히도 숙소 근처까지 태워주셔서 무사히 도착. 그냥 들어가기 아쉬운 마음에 근처 볼링장에 왔다. 볼링은 몇번 쳐본적 없는데 그래도 같이 치니까 재밌었다. 솔산이 넘 잘쳐서 놀랐음. 나는 계속 오른쪽 도랑에 빠짐 ㅋㅋㅋ 그래도 한바탕 웃으면서 소화도 시키고 잘 놀았다.
볼링장 나와서 숙소까지 걸었는데 광안대교 불 들어온게 예뻤다. 해바라기도 깨알같이 심어놓았는데 비바람에도 꿋꿋하게 잘 서있더라. 왼쪽은 아이폰, 오른쪽은 갤럭시로 찍은 사진이다. 갤럭시는 역시 밤사진에 강하다 ㅋㅋㅋ
집에 돌아와서 어제 사뒀던 와인에 치즈랑 바게트크러스트 곁들여서 마지막 한잔을 했다. 솔산이가 추천해준 와인 적당히 상큼하고 단맛이 있어서 목넘김이 좋았다. 지금 와인라벨링 보니까 19 crimes라니 웃기네 ㅋㅋㅋ 와인 마시면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새벽 3시까지 봤다 ㅋㅋㅋㅋㅋ
누라마을감자탕 민락점
다음날 아침으로 숙소 맞은편에 뼈다귀해장국에서 한그릇 때리고 솔산이는 부산역으로 나는 해운대 버스터미널로 헤어졌다. 나중에 친구한테 부산여행에서 먹은 사진 보여줬는데 정말 쉴새없이 이렇게 먹었냐고 묻더라 ㅋㅋㅋㅋ 당연하지 라고 답했음 ㅎㅎㅎ 그리고 마지막 헤어지는 날은 거짓말처럼 해가 쨍쨍 했다. 이번 여행 2박 3일 내내 비가 와서 야구도 취소되고 광안리드론쇼도 못 보고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온 부산에서 오래된 친구랑 편하게 여행해서 너무 즐거웠다. 다음번엔 날씨요정이 되어 최고의 날씨로 여행하길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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