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토리텔링 식당 몽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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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흑백요리사를 재밌게 본 터라, 오랜만에 가는 서울에선 뭔가 흔하지 않은 이색적인 음식을 먹고 싶었다. 그리하여 고르고 골라, 유명하지만 나만 알고 싶은, 특히나 영화마니아들 사이에서 비밀스럽게 아지트처럼 찾아가는 식당, 몽중식을 발견했다. 연남동에 있어 왠지 더 힙한 느낌.
몽중식 예약
예약은 캐치테이블을 통해서 했다. 토요일이라 일치감치 예약을 했어야 했는데, 급하게 하루 전날 했다. 다행히 마지막 두 자리 남은걸 겟! 음식과 함께 페어링 가능한 술은 미리 예약할 수도 있고 현장에서 즉시 결정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미리 예약하지 않았는데 대문자P인 친구와 함께 현장에서 즉시 술을 페어링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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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식 식당 내외부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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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마지막 영화테마는 영웅본색2였다. 홍콩영화의 진수이자, 남자들의 눈물나는 의리를 그린 영화로 총알이 남발하는 홍콩액션영화. 사실 서울 올라오는 길에 Ktx에서 급하게 유튜브 영화요약본을 통해 속성과외를 받았다. 웃긴게, 그럼에도 음식을 먹으면서 영화에 공감하는데 전혀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 심지어 함께간 친구는 영화에 장국영이 나오는 것만 알았다. 나는 유튜브 15분 요약본 2배속으로 받은 속성과외를 친구에게 일분으로 요약해서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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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마에 맞게 인테리어는 바뀐다. 영웅본색2를 즐기기 위해 자리마다 007 가방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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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가방을 열면 짠~! 이렇게 권총과 선글라스, 성냥이 있다. 영화 속 주윤발 역을 맡은 '마크'가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입에는 이 성냥을 물고 있는데 정말 깨알같이 소품을 준비해 두신게 신의 한수 였다. 대부업자인 주인공들의 직업에 맡게 위조지폐도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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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2의 테마는 특히나 홍콩영화를 사랑하는, 그리고 장국영 주윤발의 팬분들이 많이 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이 소품들은 그 분들의 애장품인데, 많은 사람들이 몽중식에서 영화를 한껏 더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빌려주신 것. 찐 소장템이라고 하니 신기하면서도 팬으로써의 오랜 애정이 느껴져서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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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특히나 재밌게 생각했던 소품은 총알을 수도 없이 맞은 주윤발의 트렌치코트 연출이다. 그리고 영화 포스터나 큐카드에 나오는 그림들은 몽중식의 손님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분이 직접 그려주셨다고 한다. 친구랑 같이 선글라스도 껴보고 성냥도 괜히 입에 물어보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두근두근 코스가 나오길 기다렸다.
몽중식 퓨전중식 코스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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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되자 코스요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스토리텔러분이 나오셔서 재치있게 인사를 하시고 영화에 대한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해 주셨다. 커플도 많았고, 나처럼 친구끼리 온 분들도 계셨다. 다같이 둘러 앉으니 불특정 다수의 타인들이 모였지만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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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복숭아 향이 나는 향긋한 식전주로 입맛을 돋우며 코스 요리가 시작되었다.
첫번째 코스 요리 죽생 해황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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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마다 큐카드가 있는데, 나오는 음식들에 대해서 상세히 적혀있었다. 덕분에 어떤 음식인지 제대로 알고 음미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속을 따뜻하게 덮혀주는 건강하면서도 감칠맛을 놓치지 않은 죽생 해황탕이 첫번째 요리였다. 각종 좋은 해산물이 입안에서 톡톡 하면서 씹히는 식감이 좋았고, 부드러운 맛으로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위를 편안하게 감싸주는 맛이었다.
첫번째 페어링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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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링 되는 술은 고량주였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순한 도수에서 점점 쎈 도수가 나온다. 참고로 제일 마지막 도수는 무려 53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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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유명 대사들도 한번씩 곱씹을 수 있고, 먹는 내내 스토리텔러님이 영화 이야기를 계속 해 주셔서 흥미 진진하게 경청하면서 입을 호강할 수 있었다. 함께 간 친구는 나중에 나한테 말하길, 즐길거리가 너무 많아서 초반에 나한테 집중해서 대답을 잘 못해준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나는 나도 같은 마음이었으므로 백프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코스의 구성과 짜임이 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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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나온 사이드는 원하면 리필도 가능하다.
두번째 코스요리 북경식 분하 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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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야채와 고기를 볶아 만들어낸 잡채를 꽃빵과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 요리였는데, 특히나 라이스페이퍼가 음식을 만나 입안에서 녹으면서 기름맛이 살짝 도는게 그게 그렇게 감칠맛이었다. 개인적으로 꽃빵을 좋아하는 1인으로써 기름진 음식과 탄수화물의 조합은 너무 치명적이다.
두번째 페어링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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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술은 무려 42도. 특별하게도 본인의 동물띠를 알려주면 맞춰서 멋진 술잔에 따라주셨다. 우리는 승천하는 듯한 용머리 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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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쓴게 싫다고 하면 작은 각설탕을 살짝 넣으라고 했다. 우리도 한 알씩 넣어봤는데, 역시나 고량주의 독한 맛을 크게 커버해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향이 좋아서 천천히 나눠서 다 마셨다.
세 번째 코스요리 오렌지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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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오렌지 케이스를 열자 너무 예쁘게 담겨있던 오렌지 치킨.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게 먹은 음식이다. 닭강정이랑 비주얼은 비슷한데 오렌지와 토마토를 곁들여 아주 상큼하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소스의 맛이 개인적으로 너무 취저. 모양새도 그렇고.
세 번째 페어링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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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과 술잔의 색조합이 아주 감각적이었다. 병이 예뻐서 인테리어용으로 수집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술 맛은 이제 정말 쎈 알콜맛이었는데 그럼에도 향이 있다보니 음식과 페어링이 아주 좋았다. 고량주는 마셔본 적이 거의 없는데, 향이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네 번째 페어링 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갑자기 네번째 술로 폭탄주를 내어주셨다. 그리고 캔노래 '내 생에 봄날은'을 틀어주더니 작은 잔을 큰잔에 투하 하라고 시켰다. 그렇게 모두가 동시에 직접 폭탄주를 제조하는데 옆에서 친구가 아주아주 즐거워했다. 나도 흥이 절로 나서 폭탄주를 꿀꺽꿀꺽 마셨다. 최근에 이렇게 신명나게 마셔본 적이 없는데. 분위기에 휩쓸리는게 이렇게 무섭고 또 즐거운 일이다.
네번째 코스요리 우육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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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홍콩과 대만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우육탕면. 몽중식의 쉐프님이 대만에서 유명 우육탕면집에서 몇그릇씩을 드셔가며 연구해 구현한 맛이라고 한다. 진한 육수와 담백한 면이 가장 심플하면서도 내기 어려울 것 같은 맛처럼 느껴졌다. 술을 같이 곁들여서 그런지 국물이 계속해서 땡겼다. 결국 바닥이 보일때까지 국물을 퍼먹고 또 퍼먹었다.
다섯번째 코스요리 마지막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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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세 남자를 표현한 세 개의 디저트. 세번째에 있는 블랙 젤라또를 먼저 먹어야 한다. 진짜 딱 한입씩이라 더욱 감칠맛이 느껴졌다.
다섯번째 페어링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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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주윤발이 적을 향해 냅다 발포하던 권총이 생각나는 총모양의 잔이 정말 귀엽고 특이했다. 그리고 잔 안에는 무려 53도의 고량주가...후덜덜... 나는 다른건 다 마셨는데 마지막 대미는 차마 장식하지 못하고 한모금으로 막을 내렸다. 옆에서 친구는 폭탄주를 제외하고는 천천히 다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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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식전주를 포함한 다섯잔의 페어링주를 모두 마무리 짓고, 내년에도 꼭 다시 와야지 기약하며 대낮의 음주를 마쳤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웃고 떠들고 설레면서 간만에 도파민 풀 충전으로 너무너무 즐거운 식사였다. 2025년은 총 6개의 테마 영화로 찾아올 계획이라는데, 그 중 1,2월은 오징어게임이란다. 아마 치열한 예약전쟁이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개인적으론 오겜이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테마는 꼭 경험해보고 싶다. 여기까지 연남동 스토리텔링 영화테마 중식코스요리 전문점 몽중식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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